명절이나 집안 모임 지나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쌔해지곤 했다. 누군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따며 학문이 어쩌고 하고, 또 누구는 풍족한 지원 속에서 백수로 지낸단 소식이 들린다. 그 틈바구니에서 지잡대 대졸이라는 쓸데없는 스펙 한 장 들고 사회에 맨몸으로 뛰어든 나는 참 초라했다. 돈이 실력이고 배경이 무기인 세상 앞에서 내 배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허름함 그 자체였다.
“그래도 사람은 누구나 하나쯤은 잘하는 게 있지 않겠어?” 누군가 던진 이 단순한 위로는 위안이 되기보다 오히려 내 마음을 무겁게 짓이겼다.
백번 양보해서 나에게는 엔진 달린 물건 좀 다루고, 양아치처럼 운전 험하게 조지고, 힘든 상황에서 악으로 깡으로 밀어붙이는 성향 같은 작은 재능은 있을지 모른다. 근데 현실 벽 앞에서 바로 회의감이 든다. “그걸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한다는 보장이 어디있는가…?”
인터넷이나 SNS만 조금 돌아봐도 날고 기는 천재들이랑 눈부신 성과 낸 이들이 차고 넘친다. 그 대단하신 고수들 사이에서 내가 가진 어설픈 장점은 장점이 아니라 평범함, 어쩌면 “아예 무능력”에 가까운 무색무취무미인 공기처럼 느껴진다. 내가 남들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날 수 없다면, 내 안의 작은 스파크나 발상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지레 희망 던져버리고 “ㅅㄱ” 치고 도망치듯 떠나고 싶어지는 거다.
그래도 가만히 생각해 본다. 사람이라는 인격체를 세상 잣대로만 줄 세우면 우린 평생 자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다. 머리로 알아도 서열 눈금 확인하는 손가락은 멈추지 않는다. 이성이 위로하는 동안에도 감정은 상처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 거다.
내게 압도적인 재능은 없다. 그냥 투박하고 비루한 경험들이 뭉쳐서 적어도 남들이 어지간해선 흉내 못 낼 자원 중 하나는 된다고, 난 그냥 그렇게 믿기로 했다. 안 믿으면 너무 힘들어 못 버티니까.
화려한 자본의 카펫도, 높은 학위 간판도 없이 맨땅에서 시작했다. 낙담 안 했다면 구라다. 끝이 어딘지도 모른다. 그래도 이 현실을 내 두 발로 딛고 서서 자빠지면 다시 일어나는 짓거리를 반복하고 있다는 팩트 하나는 지우지 않으련다.
타인의 화려함에 눈멀어 가진 능력을 스스로 던지지 않기를. 난 그냥 나만의 속도로 내 앞의 가시밭길을 묵묵히 버텨낼 뿐이다.사람은 하나쯤 잘하는 게 있다, 다만 남보다 더 잘한다는 보장은 없을 뿐.
악으로 깡으로 버텨라. 네가 선택한 삶이다.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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