날짜별 글 목록: 3월 27, 2026

무제

몇 달 전부터 상평통보가 유독 갖고 싶었다… 그러다 지난 주말, 기장 어느 갯바위에서 (지난 포스트의 공수마을 갯바위가 맞음!) 낚시를 하던 중 기가 막히게 “상평통보 해이전 후레짭” 하나를 주웠다. 주변을 보니 무당인지… 누군가 제를 지낸 흔적이 역력하더라. 불길한 감이 들어 곧장 포세이돈에게 제물로 던져버렸다….


결국 가지고 싶은 마음을 못 이겨서 진품 상평통보를 두 개 샀다. 마음 가는 대로 드레멜에 피칼 묻혀서 싹 조져버리니 번쩍번쩍 광이 난다. 이걸 금반지와 함께 금목걸이에 꿰어 차고 다니는데, 걸을 때마다 들리는 그 짤랑거리는 소리가 참 좋다.


그런데 이 짤랑거리는 소리를 듣고있자니. 문득 기분이 묘하다. 어릴 적부터 영적인 경험이 잦았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.

  1. 화장실 앞의 시퍼런 놈

    조부모 댁은 화장실과 부엌, 안방이 직선으로 이어진 옛날 촌집 구조였다. 한밤중에 화장실을 가려는데 문앞에서 웬 시퍼런 놈이 나를 보며 비웃듯 씩 웃고 있더라. 등골이 서늘했지만, “할 일은 해야지” 싶어서 불 켜고 당당히 볼일을 봤다. 쌔한 기분을 뒤로하고 안방으로 돌아와 할머니 곁에 누워 안도하며 잠을 청했다. 지금 생각 해 보면 “저 자식, 내 미래라도 미리 보고 비웃은 건가?” 라는 생각이 들어 괘씸했다….


  2. 아파트 계단의 검은 여자

    꿈속에서 집에 가려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고 있자면, 왠 시꺼먼 여자가 아파트 계단통 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나를 집요하게 쫓아오곤 했다. 희한하게도 아파트 건물만 벗어나면 더는 따라오지 않았는데, 그런 꿈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꿨다. 가위는 딱 한 번 눌려봤다. 귀가 찢어질 듯한 지이잉 거리는 이명 소리와 함께 몸이 굳었지만,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기를 쓰니 의외로 쉽게 풀리더라.


  3. 거의 10년 전? 그 숭한 놈

    가장 최근의 경험은 대충 10년 전 산길 운전 중에 있었다. 웬 시꺼먼 형체가 산길에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었다. “참 숭한 놈 다 보겠네” 하고 무시하며 지나쳤는데, 산 정상에 다다르니 비구름이 검게 피어오르는 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.
    결국 내려오는 길, 공동묘지 진입로 앞 커브에서 차가 뒤집어졌다. 지금 생각해도 열이 뻗친다. 그 숭한 놈이 자기 집(공동묘지)까지 편하게 가려고 내 차를 어디다 꼴아박아서 멈춰 세운 것이 분명했다… 내 차는 박살 내놓고 택시비 한 푼 안 내고 입을 싹 닦은 셈 아닌가? 내가 나중에 죽어서 그놈을 만난다면, 택시비 독촉부터 할 생각이다. (물론 당시 초보운전이라 내가 바보같이 운전 한게 원인….)


    무당들은 나보고 운이 좋다느니 뭐라느니 떠들지만, 사실 다 헛소리 같다. 보통 이런 영적 체험은 정신병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하기도 하고… 나는 그저 내 방식대로 이 짤랑거리는 오도짜세기합처럼 멋져보이는 이 빈티지 st 상평통보 목걸이나 차고 살련다.